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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내는 정확하게 저녁 8시 30분에 퇴근하여 현관문에 들어섰습니다. "아이구! 배고파라" 하면서 주방으로 갑니다.

아침밥 먹고 남은 보온밥솥에 밥을 한그릇 퍼서 나물과 고추장을 넣고
비벼서 단숨에 한그릇 뚝딱 비웁니다. "아이! 배부르니 살것같다." 그리고 싱크대에 밥그릇 몇개를 치우고는 곧바로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합니다.

아내는 왜 일찍 잠자리에 들까요? 아내가 저녁밥만 먹으면 잠자리에 드는 것이 벌써 3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하루종일 공장일에 시달리고, 피로에 지친 체력을 수면으로 보충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아내는 나이 40대초에 중소기업에 입사하여 7년간 고락을 함께 했지만, 경기침체에 견디지 못하고 회사가 휘청거리자 급기야 아내는 실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직이후 일 할만한곳을 찾아서 매일 같이 정보신문이과 인터넷, 다 뒤졌지만 마땅한 일거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구인하는 업체에 연락 할때마다 나이가 많아서 안된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서 심한 우울증까지 겪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웃사촌들 덕분에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일자리를 구했지만 한시간에 4천원 주는 일용직 밖에는 구할수가 없었습니다. 대부분 공장들이 40대 중반까지는 그런데로 일자리를  주지만 40대 후반인 아내는 일자리를 구한다는게 하늘에 별따기 였지요.


일용직으로 전전하며 몇개의 용역업체를 옮겨다는던, 아내는 그나마 용역업체에서 인정을 받아서 중소기업 1년 계약직으로 취직을 하였습니다. 그게 꼭 3개월 되었습니다.

아내의 일과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후다닥 출근준비를 하고 7시면 현관문을 나섭니다. 하루종일 노동에 시달리고 파김치가 되어 저녁 8시30분에 퇴근합니다.

하루동안 회사를 다니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이 13시간이 넘습니다. 중소기업을 다녀본 사람들은 잘알겠지만, 노동환경이 보통 열악한게 아닙니다. 

하루에 10시간씩 꼬박 컨베어에서 작업을 합니다. 작업시간에는 작업 물량이 줄줄이 밀리기 때문에 1초도 다른곳에 눈을 돌릴수가 없답니다. 동작이 늦어서 그것도 처리도 못한다고 현장관리자들에게 호되게 야단을 듣는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주말이면 대부분 회사들은 쉬지만, 이곳은 주말도 정상근무를 해야하는 곳입니다. 주60시간을 근무해야 일주일이 끝나니 일요일에는 꼼짝도 않고 집에서 쉬려고 합니다. 조금 움직이고 나면 체력이 딸려서 월요일에 일하기가 무섭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체력만 따라주고 건강하다면 회사일도 문제가 없지만, 몸둥아리 하나로 벌어먹는 직장생활에 혹시라도 아플까봐 늘 걱정을 합니다.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겁니다.
 "아프면 결근하고 병원에 가면되지" 이렇게 생각하지만, 이 회사는 하루라도 결근하면 이유가 필요없이 질책을  받는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아파도 아플시간이 없어서 앓지 못하는 샘이지요.


어제 아침에는 드디어 아내의 몸에 적신호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일요일 하루 쉬고나니 어째 허리가 시큰시큰 한다고 하더군요. 혹시나 요통이 오면 회사에 출근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어, 비상약으로 준비해둔 약을 꺼내서 미리 먹었습니다.

이날 따라 퇴근해서 현관문을 들어서는 아내의 허리가 구부정하게 들어 섭니다. 아내를 보니 덜컹 겁이 났습니다. "당신 허리 많이 아파?" "오늘 무거운 작업을 했더니, 더 심해졌나봐."

"내일 아침 병원에 가봐, 허리 아프면 얼마나 고생하는데........."
아내는 자신의 허리 아픈 걱정보다도 내일 회사에 출근하지 못할까봐 더 걱정을 합니다.

"요즘 회사일 바쁜데 결근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짤려."

"짤리면 그만둬, 남편이 없나 뭐가 걱정이여. 적게 벌어서 적게 쓰면 되잖아."
하지만 막무가내로 아내는 회사에서 짤리면 안된다고 걱정을 합니다.
아직도 대학다니는 아들도 있고, 돈 쓸일이 많은데 일할 수 있을때 까지 해야한다고 고집합니다.

"한해동안 고생해가면서 어떻게 구한 직장인데, 여기서 짤리면 이제 영원히 취직 못해"
그말을 들으니 가슴이 뭉클하고, 콧끝이 시큰하더군요.

어쩌다 이렇게까지 어려운 나이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40대 초반에는 어디가도 일할 수 있다고 당당하던  아내가 벌써 50살이 가까워 집니다.


저녁밥을 먹는둥, 마는둥하고 응급조치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깊이 들어있던 찜질팩을 꺼내서 끓는 물에 삶아 허리에 찜질을 합니다. 그리고 비상약으로 비치한 조제약을 꺼내서 한봉지 먹고 허리에는 파스를 서너장 붙이고 바로 잠을 청합니다.

이렇게 까지 직장생활에 애착을  가지고 하루라도 빠지면 짤릴까봐 걱정하면서 잠든 아내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제발 아프지말고 잠이라도 푹 자기를 혼자 빌었습니다. 그래도 잠자리에서 하루의 피곤함에 지쳐서인지 가볍게 코를 골면서 잠자는 모습에서 그나마 안도했습니다.

아침에 6시에 어김없이 일어난 아내에게, "당신 허리 좀 어때" "어제 보다는 좀 덜한것 같은데.....오늘 출근해서 아플까봐 걱정이네" 하면서 출근은 무조건 해야한다고 준비를 합니다.

먹기 싫은 아침밥을 찬물에 한숫갈 말아서 후루룩 마시고, 약을 한봉지 입에 털어 넣습니다. 그리고 등을 돌려대고 바지단을 내리면서, "허리에 파스좀 붙여줘" 합니다.

그리고는 장농속에 깊이 들어있던 허리보호대를 꺼내서 허리에 바싹 당겨 매고서, 출근하겠다고 현관문을 열고 나섭니다. 현관을 나서는 아내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제발! 오늘하루도 아내의 허리가 아프지 않도록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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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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