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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덥던 여름철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철에 접어들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얻은것마냥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가을은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결실의 계절이고,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모두들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인생사 살면서 계절의 변화는 어쩔 수 없이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킵니다. 곱던 단풍이 시들기 시작하고,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칠때면 낙엽이 수북하게 떨어지면서 거리를 뒹글게 됩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흔히들 그렇게 말합니다.
남자의 계절이란 어떤 의미에서 즐거움보다, 왠지 모를 쓸쓸한 의미를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찬바람이 부는 거리에서 바바리 코트 깃을 세우고 아무런 생각없이 바람결에 뒹구는 낙엽따라 떠나고 싶도록 쓸쓸함을 느끼는것도 가을타는 남자들의 모습입니다.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 노래가 공감가게 하는 10월의 마지막 날이 다가옵니다. 지금부터 타임머신을 타고 1981년, 28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지난날 아름다운 사랑이 떠나버린 쓸쓸했던, 시월의 마지막밤의 소설같은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어느날 23살의 혈기 왕성한 청년은 조국의 부름을 받고 군대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마음을 주고받는 대화의 상대가 생겼습니다. 그것도 휴가 다녀오면서 한권 샀던, 주간지 뒤쪽에 실려있는 펜팔란에 적혀있는 주소로 편지가 시작됩니다.
< 28년전 추억을 기억하게 하는 흔적 >
상대는 꽃다운 20세 나이에 공장에서 일하면서 야간대학을 다닌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얼굴을 본적도 없고 마음씨도 알수가 없는 여성입니다. 당시에는 마음을 소통할수있는 수단이라봐야 편지를 쓰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편지를 보내면, 가는데 4일~6일 걸리고, 답장을 받으려면 또 그정도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들은 매일같이 청순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루가 멀다하고 편지를 썼습니다. 서로가 외로운 처지라것에 공감했고, 청순하고 따듯한 마음이 서로 전달되면서 서로가 동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청년은 모두들 잠자는 시간을 이용해서 늦은밤까지 편지를 썼습니다.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는 밤이면 하루에도 몇장씩의 편지를 써서 두툼한 봉투에 담아서 편지를 보냅니다. 주소는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갈곳리, 이름은 박선화라는 여성입니다.
계절의 변화 이야기도 하고 인생관에 대해서 논하기도하고, 요즘말하는 직설적인 사랑이야기가 아닌 청순하고 순수한 이야기들로 아름다운 마음을 전하면서, 편지에 적혀있는 글로서 온갖 상상을 다하면서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몇번이고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그녀는 봄날에 만개한 벗꽃나무에서 제일 아름다운 벗꽃 한송이를 따서 책갈피에 말린 다음 곱게곱게 싸서 편지에 동봉해 보내 주었습니다. 여름이면 냇가에 나가서 네잎클로버를 찾아서 정성들여 말린다음 행운의 클로버라고 하면서 보내 주었습니다.
< 28년전 추억을 기억하게 하는 흔적 >
이렇게 매일 같이 편지를 기다리는 아름다운 날들은 꿈같이 흘러서 계절이 바뀌게 됩니다. 그렇게 무덥던 여름날도 더운줄 몰랐고, 그렇게 힘들었던 훈련도 힘든줄 모르고 지내는 동안에도 국방부 시계는 차각차각 잘도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주고받는 편지속에 서로의 마음은 전달이 되지만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천사같은 그녀의 얼굴이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어차피 울타리 안쪽에 있는 군인의 몸으로 찾아나설 입장도 아니기 때문에 사진을 한장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답장에는 " 얼굴보면 실망이 너무 커질것 같아서 못보내 드리니 널리 양해하시고, 편지에 전해지는 아름다운 마음만 기억해 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몇달이 흐르고 계절은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고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결실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온통 산하가 물들은 단풍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그녀는 단풍나무 아래서 낙엽을 책갈피에 곱게 말려서 또 편지를 보내 주었습니다.
편지와 함께 보내온 단풍에서 그녀의 채취를 느껴 보면서, 이날도 피로를 잊고 그녀에 대한 상상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고운꿈을 꾸면서 잠자리에 들수 있었고, 다음날 아침이면 상쾌하게 일어나서 활력있는 일과를 시작합니다.
그녀가 보내주는 아름다운 마음씨에 동화되어 군대생활에 활력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사 사물의 이치는 영원할수만 없는듯 늦가을 그녀가 단풍을 보내온 이후 시월의 마지막날에 이별을 통보 받았습니다.
그녀는 마지막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그동안 진실한 마음으로 베풀어주신 오빠의 마음, 아름다운 추억으로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이제 더 이상 마음을 빼았기면, 자신을 감당 할 수 없기에 공부에 전념하고자 합니다."
이 말은 시월의 마지막날 그녀가 보낸 편지였습니다. 서로 얼굴도 모르면서 청순한 사랑만을 마음에 새겨놓고 이렇게 쓸쓸한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10월에 자주 들리는 가수 이용이 부른 "잊혀진 계절"의 노래소리가 들릴때면 쓸쓸한 가을날의 추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글쓴이 본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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