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결혼 시즌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활동하기 편한 계절에 주로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어떤 추세도 없는듯합니다. 요즘은 결혼식 청첩장이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니 말입니다. 청첩장을 받아 들면, "누가 결혼한데" 이런 표현보다는 "또 세금고지서가 날아왔네" 하고 농담을 건네기도 합니다.
얼마 전 우편함에 들어있는 청첩장을 받아들고 생소한 이름이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한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무리 기억력이 없다 해도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알 수 있지만, 그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잘못 배달된 청첩장인가 하고 다시 한번 주소를 보았으나 분명히 우리집 주소가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보낸 사람은 누구일까? 보낸 사람 주소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고향쪽에 누구인데...........나중에 알고 보니 중학교 동창생 이름입니다. 사실 중학교 동창생이라도 300명이 넘는데, 수 십 년이 지나도록 만날 기회가 없었던 친구는 이름이 생소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동창회 명단을 확보해서 모두 청첩장을 보낸 듯합니다.
예전에 우리의 전통적인 결혼문화는 엄숙하면서 예와 체면을 중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청첩장을 보낼 때도 친인척이나 아주 아까운 사이가 아니면 함부로 청첩장을 보내지 않는 것이 예의였습니다. 그렇게 가까운 사이도 아니면서 청첩장을 보낸다는 것은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도리에 어긋난다는 생각 때문 이였습니다.
객지생활 하면서 매년 열리는 동문회 모임에 가끔씩은 얼굴을 내밀지만, 그 친구역시 30년이 넘도록 얼굴을 못본 친구입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자녀가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보내면 참석을 하던지, 안하던지, 그건 본인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초대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놀랍게도 청첩장 하단을 보니까 계좌번호가 적혀있었습니다.
"무슨 청첩장에 계좌번호가 적혀 있지? 혹시 인쇄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혼자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인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걸 잠시후 깨닫게 되었습니다. 청첩장에 계좌번호를 넣은 것은 혹시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면 축의금이라도 보내 달라는 의미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사실 요즘같이 도시에서 바쁘게 사는 사람들은 지인들 결혼식 통보를 받으면 심적으로 부담을 느끼기도 합니다.가까운 친인척이나 지인들이야 당연히 참석하는것이 도리지만, 부득히 참석하지 못할경우에는 정말 미안해서 "참석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는 한통의 전화와 함께 어떤 경로를 통하던간에 축의금을 반듯이 전달합니다.
결혼식이란 가까운 친척이나 지인들이 두사람의 만남을 축복해주는 신성한 행사지만, 계좌번호까지 청첩장에 버젓이 기록해 놓는것은 그동안 투자 했으니까, 내 자녀 결혼 때 본전을 찾아야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그러다보니 청첩장을 받고서 또 '세금고지서'가 날아들었다고 할 정도가 되어 버린것 같습니다.
결혼은 인륜지대사중의 하나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평소 연락도 없고 친밀하지도 않은 사람이 청첩장을 보내고 거기다가 버젓이 계좌번호까지 적어서 보내는 것은 옳지 못한 방법인 듯합니다. 이런 모습은 자신의 인격과 품위를 깎아 먹는 행동이며 속물근성을 가진 사람이란 이미지를 주게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결혼문화도 건전한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미국 모 일간지가 얼마 전 "한국은 결혼식을 하면서 수천장씩 청첩장을 보내고 결혼식 참석을 못하는 사람들이 돈을 부칠 수 있도록 은행 계좌번호를 적어놓기도 하는 이상한 결혼문화를 갖고있다"고 보도했다 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결혼 문화가 외국 언론에 조롱거리가 되고, 무자비한 청첩장 남발로 인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는 생각입니다. 진정으로 우리도 신랑·신부와 정말 잘 아는 친인척이나 지인들이 오붓하게 모여 두 젊은이가 새 가정을 꾸미는 것을 진심으로 축복하고 응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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