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녁에 모처럼 우리 가족은 외식을 했습니다. 그것도 아들의 제의에 의해여 소주 한잔 하고 싶다고 해서 시작된 겁니다. 사실 자녀들 어릴 때는 보살펴 주고 키우는 재미도 있었지만 자녀들이 장성하고 나니 가정에서 서로 대화가 줄게 마련입니다.
큰딸은 객지에서 직장생활 하다 보니, 얼굴 보기 힘들고, 그나마 군 생활 마치고 복학한 아들이 집에서 같이 생활하지만 나름대로 생활이 있으니 같이 대할 시간이 없습니다. 아내는 직장일 마치고 저물어야 들어오고, 본인 역시 직장에서 퇴근하면 밤 시간이니, 가족 간에 대화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아들은 건넌방에서 컴퓨터하고, 아빠는 안방에서 블로그 하고, 아내는 거실에서 T.V 만 보고 있으니 한 가족이라도 각각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내다보니 전혀 대화할 시간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사실 며칠 전부터 아내가 삐쳐서 말을 안 하니 더욱 집안에 대화가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을 알아차린 아들 녀석이 가족 간에 대화의 창을 열기위해 소주 한잔 하자고 자리를 만들었던 겁니다.
주말에도 우리가족은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토요일에는 아내가 특근 들어가고, 본인 요즘은 토요일 일요일 할 것 없이 철야근무를 하다 보니 가족 간에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은 평일 퇴근 후 8시가 넘어야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퇴근 후 대충 10분 만에 저녁을 먹어 치우고 컴퓨터에 앉아서 블로그를 시작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때부터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어도 4~5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습니다. 밤 1시가 되기 전에 잠을 자야지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기 때문입니다.
컴퓨터를 켜면 이웃 블로그 글들을 대충 100여 폐이지 읽으면서, 추천하고 댓글 달다보면, 2~3시간도 부족하더군요. 그러다보면 내일 아침에 다음뷰로 송고할 내 글 준비하는 시간이 부족해서 허덕이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늘 시간이 부족하여 서둘고 있는데, 아내가 그날따라 퇴근 후에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지, 계속 옆에서 말을 붙입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시간이 부족한데, 옆에서 하는 얘기가 귀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한쪽귀로 듣고 입으로 대답만 하지, 무슨 뜻 인지도 모르고 딴청만 부리니 짜증나서 돌아서 버린 것이지요.
사실 그러고 나서 조금은 후회가 되기도 하더군요. 하루 종일 직장일로 시달리다가 짧은 대화시간마저도 응대를 안 해주니 삐질 만도 하겠지요. 이렇게 단절된 대화가 며칠이 지나고 아들이 중계사 역할을 한 셈이지요. 모처럼 소주 한잔 두잔 주고 받다 보니, 마음속에 담았던 말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빠가 다른 아빠들과 다른 점은 50대의 나이에 열심히 체력관리 하면서 등산 다니고, 취미로 커다란 카메라 메고 사진 찍으러 다니며, 아무나 할 수 없는 블로그 공간에서는 인기가 좋아서 자랑스럽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족 간에 단절된 대화가 문제라고 지적을 하더군요.
아내도 한말씀 하시는데, 당신이 나이들어가면서 남들보다 특별한 취미생활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것은 인정하지만 너무 취미생활에 집착되어 가족들간에 단절된 대화는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고 충고를 합니다.
가족들간에 대화란 무었인가? 꼭 서로 주고 받고 토론을 하는것이 대화가 아니고, 옆에 가까이 있으면서 같이 T.V 드라마도 보면서 가끔씩이라도 한마디씩 던지는 말이 결국 대화가 아니냐고 합니다.
그자리에서 이야기를 듣고서 100배 공감하면서 가슴이 뜨끔하게 느껴지더군요.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도 인정하는 부분이라 변명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블로그 하면서 무리한 시간을 투자한 것은 사실입니다.
직장에서 퇴근 후 가족들과 얼굴을 대할 수 있는 유일한 4~5시간 동안 컴퓨터만 잡고 않아 있었으니, 아들이 느낀바 그대로 입니다. 모든 취미생활이 그렇듯이 거기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점차 집착 되다보니, 모든 일 팽개치고 컴퓨터만 붙잡고 씨름하게 되더군요.
이번일을 계기로 온라인 공간에서 개인적인 인기관리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들 간에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 할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것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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