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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몇일사이에 집안에 전화통화가 잦아졌습니다.
아침에 전화하고 저녁에 전화하고........처가댁까지는 자동차로 4시간 걸리는 원거리라 자주가지 못합니다.
이렇게 전화가 잦아 지는 이유는 장인어른 무릅 수술을 하기위한 준비과정과 진행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 입니다.

아내는 5남매의 맏딸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말하듯이 맏딸은 어딘가 모르게 부모님 걱정을 더 하나봅니다.
가까이 살면 옆에서 부모님을 많이 도와드릴텐데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늘 아내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처가댁 가까이 살고 있기에 늘 부모님을 접할 수 있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맏딸이 더욱 안타까워합니다.

장인어른의 무릅 수술의 진행은 얼마전 청풍에서 가족여행을 하면서 갑자기 추진되었습니다.
처가댁 20여명과 함께한 가족여행에 장인어른은 걷지를 못하니 휠체어를 타고서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장인어른이 걸음을 못걷는것을 보고 제일 안타깝게 생각하고 눈물을 흘린것이 바로 맏딸인 아내였습니다.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시는 장인어른은 어느순간부터 무릅이 아프다고 하면서 쩔뚝거리기 시작했답니다.
자식들이 병원에 가보시라고 하면, 시골에 계신 노인네들이 하는말은 "다 아는 병이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병원에 가시라고 말로만 할뿐이지 누군가 직접 나서서 모시고 큰병원에 가봐야 했지만 시기를 놓쳤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장인어른의 무릅 수술문제는 본격적으로 거론되었습니다.
아내는 남동생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모시고 큰병원에가서 수술이 가능한지 알아보라고........
얼마후 무릅 수술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수술비용이 문제입니다. 한쪽다리 수술하려면 200~300만원정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사실 시골에 장인어른께서 여유돈이 있을리 없었고, 자식들도 모두 봉급쟁이들이라 여유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봉급생활자들 생활 뻔한것 아닙니까? 봉급 받아서 이리 떼고 저리떼고 아이들 학비 내고 하다보면 남는것 없습니다.

사실 수술비 때문에 서로 눈치를 보는듯 할때쯤, 아내가 선듯 나서서 말을 꺼냅니다.
아버지 수술비는 내가 낼테니까 돈 걱정 하지말고 아버지 수술날짜나 알아보라고 남동생에게 말합니다.
이렇게 시작해서 장인어른의 무릅 수술은 대학병원에서 날짜를 배정받고 수술날짜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퇴근후 아내가 다가와서 말을 건냅니다.
"아버지 수술날짜 15일인데......... 병원비가 좀 많이 들어가지만 모두 내고 싶어"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곧바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기는 조금 마음이 편하지 않은것은 사실입니다.

이의를 제기했지요.
"이봐! 자식들이 5남매인데 왜 당신이 혼자서 수술비를 부담하려고 하는데?
"어른들 문제라면 형제들이 다같이 부담해야 하는것 아니야? " 이렇게 반론을 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기세등등하게 나옵니다.
"물론 그말도 맞지만, 난 맏딸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내가 집안에 들어 앉아 놀면서 당신 월급으로만 살아 간다면 이런말 꺼내지도 못했을꺼야......"
이말 한마디에 사실 곧 바로 항복했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하도록해"

대부분 봉급생활자들 월급 뻔하지만 혼자 벌어서 자녀들 학비까지 감당하다보면 넉넉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아내는 10년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정경제에 기여한 바가 크기 때문에 더 이상 할말이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한번씩 장인, 장모를 위해서 돈을 요구하는걸 모두 들어주게 되었습니다.
몇년째 매월 자동이체로 용돈을 보내드리고, 심지어 올봄에는 한달봉급을 몽땅 어른들께 보내드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부모사랑이 남다른 아내을 어찌 나무랄 수 있겠습니까?


몇일전 아내가 다시 말을 건냅니다. " 아버지 수술비 언제 보내드릴건데?"
"벌써 어제 아버지 통장에 넣어 드렸어^^" 아내는 이내 고맙다고 표현을 합니다.
처가댁의 맏딸로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매일같이 전화하고 부모님 걱정하는 아내의 마음은 천사표입니다.

다음날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때 장인어른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늘 집전화로 안부를 묻고 했지만, 장인어른이 이번에는 일부러 휴대폰으로 전화를 한듯합니다.
" 이사람아 무슨 돈을 그리 많이 보냈어? 김서방 고맙데이"

다음날 장인어른이 수술을 받는날도 가지는 못했지만 모든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장인어른에게서 또 전화가 옵니다.
덕분에 수술 잘 받았다고.......... 이렇게 늘 고맙다고 하시니 오히려 죄송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사실 처가댁을 위해서 돈을 보내드리자고 아내에게 가끔 요구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어차피 들어줘야 했으면, 기분좋게 들어 주었으면 좋았을걸, 잠시 인색했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아내는 다시 말을 합니다.
"우리 엄마 아빠가 건강해야지 우리도 편하지" "울 엄마 아빠 돌아가시고 나면 집에 갈일이나 있겠어?"
"우리는 아직 그래도 건강하니까 돈이라도 벌 수 있잖아"

아내의 나이는 50대 초반입니다.
이제 어디를 가더라도 나이가 많다고 공장에서는 일도 안시켜 줍니다.
실직 이후 이곳 저곳 일거리를 찾아 다녔지만 힘든일만 걸리니 파김치가 되도록 일하고 돌아옵니다.

측은한 생각에 더 이상 일하지말고 취미생활이라도 즐기라고 권하지만 끝까지 뿌리치고 나갑니다.
아직은 젊으니까, 그나마 체력이 받처줄때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고 돈을 벌겠다고 나갑니다.

요즘은 날씨가 많이 추워지니 조금 걱정은 됩니다.
아내는 오늘도 찬바람이 몰아치는 공장 건설현장에서 안전모와 안전화를 신고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같이 준비하고 6시에 어김없이 현관문을 나서지만,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에 늘 행복한 미소를 보입니다.

몇개월만에 다음 메인에 등극했습니다. 다음 메인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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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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