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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하면서 남들을 흉보는것 보다는 칭찬하는게 더 마음이 편하더군요.
읽는 사람들의 염장을 지르던지 말든지, 사실 있었던 일 그대로 칭찬 릴레이는 계속됩니다.

어제는 직장에 사우 한명이 젊은 나이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야근을 마치고 장례식장에 들려서 마지막 떠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침통한 마음으로 늦게 잠이들었습니다.
깊은 낮잠에 빠져 있을때 계속해서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를 듣고서 비몽사몽 전화를 받았습니다.

"택배인데요. 집에 계신가요? 10분내로 가겠습니다."
무슨 택배인가, 누가 보낸 택배인가 물어볼 겨를도 없이 전화를 끊고 앉아서 졸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10분뒤 초인종이 울립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니 무거운 박스를 들고 있는 택배기사가 보입니다.

어디서 누가 보낸 택배인가, 얼핏 박스를 보니까, 처가집 동네 건강원에서 보낸 택배입니다.
박스를 개봉해보니 한약같은 파우치가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아니! 장인어른이 갑자기 무슨 건강원에서 이런 보약을........
생각하면서,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기 위해 또 잠이 들었습니다.

한참동안 비몽사몽 잠을 자고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드리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서로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장인어른의 휴대폰으로 먼저 전화를 걸어온겁니다.

"이사람아! 택배 아직 못받았는가?"
"조금전 받았는데, 야근하고 잠자다 보니........."

"그런데 무슨 약인데 이렇게 많이 만들어서 보내셨어요?"

"집에서 키우던 개를 벌써 처분할때가 됐는데, 내가 병원에 있느라고 이제야 처분했네"

"팔아봐야 돈도 몇푼 안되는데, 자네 몸 보신좀 하라고 한약 넣고 중탕을 내렸네"

"아니! 다리 수술하시고 힘드실텐데, 아버님이 보약을 드셔야지 왜 제가 보약을........."

"아니야. 난 이제 괜찮아. 자네 덕분에 수술 받고 걸음도 걸을 수 있으니 이제는 살것같네"
"자네도 맨날 청춘이 아니잖아. 건강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몸 좀 챙겨야지"

"아버님! 죄송합니다. 제가 어버님 보약을 해드려야 되는데, 오히려 얻어 먹다니 죄송스럽기만 하네요."
"난 이제 자유롭게 걸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자네나 늘 조심하게"

수술후 아직까지 걸음도 자유롭지 못한 장인어른이 사위를 챙겨주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들으면서......

가슴속깊은 곳에서 감동이 밀려오기 시작해서 콧끝이 찡하니 괜스레 눈물이 핑 돌더군요.

70대 후반의 장인어른 누구보다고 사소한 일까지 꼼꼼하게 챙기시는 성격이라, 늘 하시는말씀이,
"우리 걱정 하지말고 자네나 조심하게" 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물론 사위사랑은 장모라고 하지만 장모님은 활발한 성격 때문에 오히려 사위는 장인어른이 더 챙깁니다.

어른들의 슬하에는 5남매가 있어서 모두 출가했지만,
맏딸이 친정부모 생각하는 만큼이나 어른들의 사랑이 맏사위에게 돌아 오나봅니다.

조금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부모사랑이 더욱 애틋한지 모르지만, 다른 형제들과 달리 가까이서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죄로 매월 용돈을 보내드리고 있으니 결국 돈으로 떼우는 꼴입니다.

얼마전 관절 때문에 다리 수술할때 병원비 일체를 부담 했더니, 고맙고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 하십니다.

입원하시고, 수술 끝나고, 치료중이라고, 퇴원 했다고, 이렇게 세심하게 먼저 전화하시면서 고맙다고 연신 말씀을 하십니다.

하지만 당연히 자식된 도리로 장인어른을 위해서 한 일인데  자꾸만 그러시니 오히려 송구스럽기만 하더군요.

글쓴이는 자랑같지만 아직까지 몸 챙기겠다고 보약 한번 내손으로 안지어 먹어 봤거든요. 대신에 식성이 좋아서 처가에 가면, 남들이 먹다가 방치된, 양파즙, 붕어즙, 이런 건강식품들을 가리지 않고 얻어다가 먹기도 합니다.

그리고 맏사위는 보신탕 정말 좋아하는걸 알지만,
사실 다른 형제들이 모두 목탁 두들기고 있어서 맏사위가 좋아해도 먹도록 장만해주지 못함을 아쉬워 합니다.
벌써 26년을 들락 거린 맏사위 식성은 잘 알지만 다른 자식들도 있는데 일방적으로 한사람에게 베풀수도 없는 일이지요.

그러다가 이번에 장인어른이 맏사위 챙기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쓴겁니다.
다른 형제들은 "개" 자 한자만 들어가도 질겁을 하는 사람들이다보니,
결국 장인어른이 맏사위 챙기려고 건강원에 맏겨서 한약제를 듬뿍 넣고 중탕을 내려서 보내신겁니다.

이렇게까지 사위를 챙겨주시는 정말 눈물나게 고맙기도 합니다.
아직까지 불편한 몸으로 퇴원 하자마자 사위 챙기겠다고 정성으로 보내주신 약은 열심히 잘 챙겨 먹을겁니다.

벌써 70대 후반의 장인어른의 주름진 얼굴은, 그래도 요즘 다리 수술 이후 이제는 걸을 수 있다는 만족감에,
전화 목소리 들으면 아주 힘이 넘치니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만날때 하시는 말씀이 "이제 우리가 살면 몇년이나 살겠나. 우리가 죽은 뒤라도 형제간에 우애있게 잘 지내야 한다." 
이런 말씀을 들은면 "알겠습니다." 이렇게 대답은 하지만 왠지 눈물이 핑돌면서 마음이 아파옵니다.

이렇게 자상하신 장인, 장모님 아프지말고 건강하시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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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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