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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전에 만났던 여자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났다면 어떻게 될까요? 화목하고 단란하던 가정에 거센 풍파가 일어났습니다. 지금은 지나간일이라서 하나의 애피소드로 말할수 있는 이야기지만, 당시 우리집에서 일어난 엄청난 대형사건입니다. 일생을 살면서 결혼전 있었던 말못할 애틋한 사랑을 간직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필자는 그런 애틋한 사랑도 한번해보지 못하고, 애정소설에서나 읽을수 있었던 사연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군생활 하면서 만난 여인이 12년이 지나서, 어렵게 어렵게 수소문끝에 연락이 되었으며, 다시금 만날수가 있었으나 서로가 가정을 가지고 있는 몸이라 만날수록 마음의 상처만 깊어갔습니다.

악연인지, 필연인지, 끈질긴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스므살 꽃다운 나이에 객지에서 의지할곳없이 생활하다가, 펜팔로 맺어진 인연으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아름답게 미화되었던 사랑이야기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옛날의 그 모습을 그리며 애타게 오빠를 찾던 과정과, 12년이 지나서 재회의 과정, 그리고 다시 만남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두가정에서 불화가 그치지 않고 연속되는 그과정을, 장편소설로 써도 몇권을 쓸수있는 사연을 간단하게 줄여서 줄거리만 적어봅니다.  

때는 1994년 어느날 주말 오후에 낮설은 목소리의 여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누구십니까?" "저는 권×× 인데 혹시 저를 기억하시나요?" 정신이 번쩍들더군요. 옆에서 아내가 처다보고 있었거든요. 참 난처할 일이죠. 모른다고 할수도 없고 얼떨결에 안다고 했습니다. 오빠 찾으려고 몇년을 수소문 했지만 찾을수가 없었는데, 이렇게 찾을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합니다.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목소리까지 울먹이는 그녀는 12년전 군대에서 제대할 당시 연락이 끊어진 여인입니다. 그녀를 처음 만나게 된것은 당시 잡지책에 올라있는 펜팔로 시작되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편지를 주고 받았으며, 군생활 하면서 한통의 아름다운 핑크빛 편지로 마음 설레며 힘든줄 모르고 군생활을 할수가 있었습니다. 당시 필자는 23살 그녀의 나이는 20살로서 전라도 최남단 섬 개구리가 서울에 상경하여 미싱공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객지생활 힘들어서 눈물 흘릴때, 한통의 편지로 위로가 되었기에, 당시 처해진 환경에서는 주고받는 편지속에서 서로가 필요한 존재가 되었나봅니다.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다보니까 한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으며, 몇개월뒤 만남의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전방부대에는 외출외박이 금지되었고, 면회까지 통제를 받던 어느날 그녀는 새벽같이 김밥도시락을 준비해가지고 서울에서 인제까지 한나절이나 걸려서 부대를 찾아왔습니다. 처음보는 얼굴이지만 편지속에 서 그려보던 이미지가 어느정도 떠올라서 알아 볼수 있었습니다. 외출은 안되고 P.X에서 한두시간을 이얘기 저얘기 하다가 돌아가고, 다시 몇 개월이 흘러서 해가 바뀐 어느날 두번째 면회를 왔습니다. 이번에는 다행히 외출이 허용되어서 시내에 나가서 점심도 같이먹고 커피도 한잔할 정도로 시간을 가졌지만, 당시 순진한 나머지 손목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서울가는 버스를 태워보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그녀와의 마지막 이별이 될줄은 몰랐습니다.


어느날 그녀는 야간학교에 다닌다고 하면서 편지가 뜸해지기 시작했으며, 제대하면서 공장을 찾아갔더니 다른곳으로 옮겨서 만날수가 없었기에 서로가 연락이 끊어지고 12년의 새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12년만에 느닷없이 생각지도 못하던 그녀가 나타나자 우리집에는 풍파가 일기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아내는 그충격으로 인하여 마시보지도 않던 수주 한병을 다 마시고 홧병으로 몸져누워 버렸습니다. 정말 순수한 만남이었고, 손목한번 잡아보지 못한 관계라고 해명해도 막무가내로 듣지 않았습니다. 며칠후 마음을 정리하고 아내는 그녀에게 전화를 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들을수 있었으며 그후 어느정도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연락방법이라야 집전화 한대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그녀는 경주여행을 오게되었고, 멀지않은 울산에 살던 필자는 아내와 함께 보문단지 숙소로 찾아가서 얼굴을 볼수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얼굴본것이 21살이 었는데, 12년이 지나서 30대 중반의 나이에 두아이의 엄마가된 그녀는 몰라보게 달라져있더군요. 옛날에 좋았던 감정은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각자의 가정이 있으니 열심히 잘 살아달라고 얘기하고 헤어졌지만, 12년만에 얼굴 한번 보고나서 이것으로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는 않더군요. 옛날에 좋아했던 오빠였으니 이성적인 감정버리고 친오빠로 생각하고 아내는 올케언니로 생각하겠다고 하지만, 내남편을 좋아했다는 그녀를 쉽게 받아들일수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처음 만남이후, 필자가 회사출근하고나면 그녀와 아내는 가끔씩 통화를하며, 이얘기 저얘기 사는이야기를 태연하게 주고 받았지만, 통화가 끝나고 나면 왠지 모를 여자만의 질투심이 화근이 되어 불화가 생겨 부부싸움이 잦아지니 이건 무슨 악연인지............. 그렇게 2년이 지나고 마침 회사에서 신규공장을 지으면서 직장을 옮길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으로 이사가면서 마음의 다짐을 했습니다. 인연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전화번호를 바꾸고 114 안내및 검색도 안되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몇년만에 어떤과정을 통해서 또 연락이 되었고, 잊을만하면 1~2년 지나서 또 연락되고 이렇게 반복하다보니 마지막이라고 부탁한 말 "행복하게 잘살아 달라"고 부탁한 말이 의미가 없었습니다. (중략)

새월은 흘러서 한동안소식이 없기에, 이제는 잊었나보다 생각했는데, 1~2년 지나면 또 연락이되고, 이렇게 새월은 8년이 또 흘러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검정색 고급승용차를 타고 당당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남편의 그늘에서 아이들 다 키우고나서, 기업인으로 변신하여 수억대의 돈을 벌었다고 하더군요. "그래 정말 잘됐다." "잘사는 모습보니 오빠도 좋다." "행복하게 잘 살아라 "  더 이상 만나면 서로의 마음에 상처만 깊어지고 아름답던 추억이 사라지기전에,  행복한가정 꾸리고 열심히 살아달라고 부탁하며 그녀를 보냈습니다. 헤어지며 차에 오르는 그녀는 마음에 결심을 하였는지 잊으려 애쓰는 그녀의 쓸쓸한 눈빛을 보았습니다. 그후로 그녀는 스스로 마음에 정리가 되었는지 몇년간은 소식이 두절되었지만, 지금도 그녀는 서울 어느 하늘아래 어디선가 열심히 일하고, 행복하게 잘살아 가고 있을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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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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