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방방곡곡 어디를 가더라도 산세좋고 물좋은 계곡이나 산자락에는 분명히 사찰이 있다. 충남 아산시에서 맹씨행단 방향으로 이동하던중에 천년고찰인 전통사찰 76호 오봉암이라는 도로표지판을 만나게된다.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오봉암이란 암자명이 궁금해지기 시작하여, 자동차 핸들을 돌려 가던길의 방향을 바꾸어 답사를 하게되었다.
오봉암은 아산시 장존동 산60번지 설화산자락에 있는 아담한 암자다. 오봉암이 자리하고 있는 설화산은 사화산으로 온양온천수의 발원지이며, 이전에는 온양의 남쪽에 있다 하여 남산이라 불리기도 했다. 고을의 남산인 설화산이 읍을 보호하는 구실을 하고, 그곳에 세워진 오봉암이 백성들의 안위를 기원해 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설화산은 크게 다섯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 절의 명칭도 이를 따라 오봉암이라 이름지었다. 마을을 지나 설화산을 감싸고 흐르는 온양천을 따라 산 초입에 다다르고, 좁고 시멘트 포장로를 따라가면 사찰 입구의 왼쪽 계곡으로는 시냇물이 흐르고 주변의 울창한 숲길에 낙엽이 길가에 수북하게 쌓인 가이드라인을 따라 올라간다.
오봉암에 다다르면 우선 대웅전 앞에 우뚝 서 있는 삼층석탑은, 천년고찰의 흔적을 묵묵히 말해주고 있다. 오봉암의 가람배치는 아주 단촐하다. 3단으로 비스듬히 쌓아올린 축대를 중심으로 상단에는 대웅전이, 축대 아래에는 요사 2동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단조로울세라 대웅전 축대 아래에는 고려시대에 조성된 삼층석탑이 하나 서 있다.
오봉암 진입로는 몇군데 있지만, 초원설화아파트 입구쪽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로 바로전 안내판을 따라갔다.
논뚝길로 달리다가 마을을 지나면 좁고 가파른 시멘트 포장로 끝까지 올라가면 주차장이 보인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50미터쯤 올라가면 오봉암 경내에 뚜렸하고 단아한 모습의 3층석탑이 눈에 들어온다.
대웅전 축대 아래에 세워진 삼층석탑은 별다른 장식없이 단아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지대석과 기단부, 3층의 탑신과 옥개석을 갖추고 있는데, 지대석에는 각 면에 2개씩의 안상이 있고 기단부에는 우주와 탱주가 모각되었다. 그 위의 갑석에는 3단의 탑신 괴임이 조각되어 있으며, 3층의 탑신과 옥개석이 올려져 있다.
3층석탑은 본래 자비원 건물이 있던 곳에 있었는데, 대웅전 건립시 현재의 장소로 이전한 것이다. 현재 이 절의 구체적 기록은 전혀 발견되지 않아 지금으로서는 사세의 규모나 연혁을 알 수 없다. 다만 경내의 삼층석탑은 경상북도 경주시 암곡동에 있는 보물 제126호 무장사 삼층석탑과 양식상 유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요사채는 중앙의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 등 6대 보살과 10대 제자, 사천왕이 좌우 대칭으로 배치된 구도이다. 중앙의 아미타불은 윤곽선만 표현된 나발의 머리에 반달같은 중간계주와 보주형의 정상계주를 하고 있다.
법당이 하나 뿐인 오봉암 대웅전은 좌측부터 시작하여 왼쪽 벽에는 독성탱ㆍ산신탱, 정면 벽에는 칠성탱ㆍ아미타후불탱ㆍ현왕탱, 오른쪽 벽에는 신중탱을 배치하여 여러 세계의 신위를 모두 살필 수 있도록 배치되어있다.
이곳을 답사하던 날은 찬바람이 강하게 부는 겨울철이라 오봉암 경내에는 인적이 없어 절간같이 고요하기만 했다. 혼자서 경내를 돌아보며 답사중에 요사채에서 스님이 한분 나오셨다. 오봉암의 역사에 대해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현재 전통사찰로 인정받은 천년고찰로, 대를 이어오고 있지만 뚜렸하게 내세울 문화재가 없어서 아쉽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문헌에 의해서 오봉암은 고려시대에 창건되었고, 대웅전 앞쪽에 조성된 3층석탑이 천년고찰임을 입증하고 있다고한다. 현재는 뚜렷한 역사를 내새울만한 근거자료가 부족하지만, 아산시에서는 오봉암 3층석탑을 현재 문화재청에 문화재자료로 등록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 곧 승인이 날것이라고 희망적인 말씀을 하신다.
오봉암은 경부고속도로 천안 IC를 나와 21번 국도 아산방면(20km)을 따라가다가 623번 지방도로로 갈리는 신도리코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623번 지방도로를 따라 예산 방면으로 가다보면 읍내동 사거리 못 미쳐 좌부동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바로 좌회전하면 맹씨행단 유적지로 가는 도로 오른쪽으로 오봉암 표지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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